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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들개다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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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강효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446회 작성일 23-02-27 09:41

본문

나는 들개다 2023/강효수

나는 길들여지지 않는 순수한 영혼
나는 들개다
사료를 거부하므로 목줄을 거부하며
서열을 거부하는 자유로운 영혼
나는 들개다

꼬리를 감추지 않으며 배를 보이고 눕지 않으며
똥개 새끼들처럼 몰려다니지 않으며
똥개 새끼들처럼 더러운 이빨을 드러내지 않으며
함부로 짖지 않으며 함부로 물어뜯지 않는
나는 들개다

달을 베어 물고 이슬에 맺힌 별을 주워 먹을지언정
똥 냄새를 맡지 않으며 똥을 먹지 않으며 똥을 싸고 뭉개지 않는
나는 들개다

대가리를 조아리고 꼬리를 흔들며
오줌을 질질 싸며 똥구멍을 드리대고
서로의 똥구멍을 핥아 주다 빨다
서로를 물어뜯고 서로를 잡아먹는
똥개 새끼들과 어울리지 않는
나는 들개다

이들이들한 깃털 이글이글한 눈빛으로
바람 냄새나는 풀잎 풋내 나는 달빛 아래에서
날것을 먹고 날것으로 사랑하다
들꽃 무덤 속으로 홀연히 사라지는
고독해서 행복한
나는 들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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