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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 표정도 짓지 않고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724회 작성일 23-02-28 07:35

본문

나는 아무 표정도 짓지 않고


 정민기



 홀로 우는 작은 새의 울음소리 따라가다
 낯선 외길에 고장 난 기차처럼 우뚝 멈춘다
 그 자리에 세워진 나무 한 그루를 보고
 딱따구리처럼 삐거덕거리는 문을 두드린다
 해 질 녘이 다 되었는데 처마 밑 빈 제비집
 앞마당에 이부자리 펴듯 달빛 펼쳐진다
 마음속엔 늘 비어 있는 집이 있었다
 속이 빈 바람과 실랑이를 벌이다 돌아선다
 봄이 기지개를 켜며 하품하자
 사방에서 물결이 되어 몰려온 나비 날갯짓
 나비 우표 붙인 꽃잎이 떨어져 배달된다
 카페라테 하트처럼 두둥실 떠 있는 구름은
 비가 되어 봄의 눈가를 촉촉이 적신다
 꿈은 깨고 나면 그만이니 꾸고 있을 때
 봐도 봐도 또 보고 싶은 너에게 난 신간 도서
 언젠가는 저버릴 나뭇잎이라도 단풍이 든다
 얼음은 미련 없이 녹아버리고 그 길 위에
 향기로운 꽃들이 피어나 한들거리고 있다
 마침내 작별을 고하며 어디론가 부는 바람
 나는 아무 표정도 짓지 않고 철새를 본다
 고요한 고통 속에서도 번진 먹구름의 회색
 서쪽을 향해 밀어버리자 한달음에 달려간다





정민기 (시인, 아동문학가)

[프로필]
본관은 경주이며, 문헌공파
1987년 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평지마을 출생
2008년 <무진주문학>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2009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 부문)
경력 '사이버 문학광장' 시·동시 주 장원 다수 / 동시 1편 월 장원<책 기타>
수상 제8회 대한민국디지털문학대상 아동문학상,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입선
지은 책으로 시집 《소금 창고에서 날아오른 소금 새 한 마리》 등, 동시집 《봄이 왔다!》 등
동시선집 《책 기타》, 시선집 《꽃병 하나를 차가운 땅바닥에 그렸다》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수상시집 《여가 진도여》(공저)
전남 고흥군 봉래면 신금리 원두마을 거주

e-mail : jmg_seelove1@hanmail.net

추천2

댓글목록

淸草배창호님의 댓글

profile_image 淸草배창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무심의 마음으로
고요한 고통을 감내하는 시인의
마음을 읽습니다
삶이
굴곡의 여정이라 하였습니다

오랜만에
좋은 글 대할 수 있어 기쁩니다
조금만 더,
나를 내려놓으면 훌륭한 시인의 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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