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집 영감 , “ 허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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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집 영감 , “ 허병장 ” / 노 장로 최 홍종
집도 절도 없는 허망한 길 잃은 들 고양이
녹 쓴 무거운 자물통의 호소를 다독이며
가게를 지키며 양지 바른 햇볕 쬐며 쭈그리고 앉아
맘 둘 곳 없어 하품하며 허 노인만 기다린다
잘 나가던 그 때는 어디에 숨었는지 어디로 도망갔는지
고막을 때리는 온갖 총소리에 혼줄 난 허 병장은
나이만 먹고 고엽제 병에 그만 정신 줄은 어디로 숨었는지
포성소리에 군용 텐트 속으로 도망이라도 갔는지
오늘도 텅 빈 가게에 그림자만 우두커니 나와 앉았고
금슬 좋은 할멈 바가지 긁는 소리가 아득한 옛일이 되어
원망도 트집도 그 소리가 귀에 멍이 들어도 들은 건지 못들은 건지
오고가는 행인들에 멍 때리고 앉았다
온갖 잡곡들이 그토록 뽐내며 작은 일거리였지만
이제는 썩은 자루들은 모두가 풀이 죽어 본 척 만 척 무시하고
오늘도 허 영감은 저울대 위에 자기를 올려놓고
먼저 간 할멈 혼자 두고 떠난 자식새끼들
부질없이 곡식의 나이나 달아 본다
혼몽한 세상살이 멍청이로 만들어
나를 알아보면 “맹호”하며 아는 척하더니만
오늘은 본척만척 미동도 없이 혼자서 멍 때리며
월남전 용사 허병장의 하루가 소리도 없이 저문다.
댓글목록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쌀집 허병장 영감님이
아무도 오르지 않는
저울대 위에 자기를 올려 놓는다는 말에 참 가슴이 아픕니다
뛰노는 신세대와
비대하고 무감한 세상을 향해 던진 말이겠지요
그들은 쌀 한 톨 귀했던 시절을 모릅니다
그저 햄버거나 피자파이 한판으로 식사를 대신할 때가 많습니다
노장로시인님. .
안국훈님의 댓글

남자들은 군대 이야기 풀어놓으면
술잔과 함께 밤을 지새우지 싶습니다
목숨 바쳐 싸웠던 그 순간
어찌 쉽게 잊힐 수 있을까요
새로운 한 주도 행복한 날 보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