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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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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21회 작성일 23-03-04 19:02

본문

봄밤


 정민기



 저녁을 거를까 궁리하던 밤바람이
 결심한 듯 심야 식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눈에 거슬리게 휩쓸리는 꽃가루
 풍경 물고기가 헤엄치는 산사의 봄은
 녹음한 고요함을 반복해서 듣는다
 겨울바람은 시베리아에서 기차를 타고
 북극곰을 만나러 덜컹거리며 가는 길이다
 여고생이 교정의 나무 옆에 앉아
 책을 읽던 낮 동안 포근한 햇살이 내려왔다
 아이에게 꿈을 지어와 며칠 복용할까
 잃어버린 보물 지도가 하늘에서 반짝거린다
 기적처럼 골목길에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큰길로 흘러나오며 목을 축여주고 있다
 딱딱하게 굳은 달 한쪽이 부서지고 말았다
 사랑하면 봄비와 함께 사라질 것만 같아
 어두워지면 어두워질수록 마음에 길을 낸다
 짤막한 몽당연필을 버리지 못한 유년 시절
 지금은 추억이 높새바람처럼 불어오고
 빛으로 써 내려간 밤하늘 편지를 읽는 동안
 내 앞에 있는 봄밤은 여전히 깊어만 간다
 눈시울이 서러운 듯 노을처럼 붉어진다
 나는 또 불빛처럼 더디게 오는 작별로
 가물가물 의식 없는 잠 속으로 빠져든다





정민기 (시인, 아동문학가)

[프로필]
본관은 경주이며, 문헌공파
1987년 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평지마을 출생
2008년 <무진주문학>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2009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 부문)
경력 '사이버 문학광장' 시·동시 주 장원 다수 / 동시 1편 월 장원<책 기타>
수상 제8회 대한민국디지털문학대상 아동문학상,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입선
지은 책으로 시집 《소금 창고에서 날아오른 소금 새 한 마리》 등, 동시집 《봄이 왔다!》 등
동시선집 《책 기타》, 시선집 《꽃병 하나를 차가운 땅바닥에 그렸다》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수상시집 《여가 진도여》(공저)
전남 고흥군 봉래면 신금리 원두마을 거주

e-mail : jmg_seelov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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