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에게 먹이를 던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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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에게 먹이를 던지지 마라 / 유리바다이종인
길을 지나가는데 비둘기 떼가 나를 에워싼다
데리고 다니던 강아지가 우다다 쫓아낸다
나무 위에서 비둘기들이 나를 쏘아보고 있다 배고프다 왜 안 주냐,
원을 그리며 활공하던 매 한 마리가 사람이 방해가 되는 듯 또 노려보고 있다
공중을 나는 새도 천부께서 먹여 키우시거늘
탕 탕 두 발의 총성이 울리자 절벽에서 진달래 꽃이 우수수 떨어지며
180kg 거대한 야생이 쓰러진다
어미 잃은 새끼들이 다람쥐처럼 흩어졌는데
산 아래로 옮겨지는 어미의 젖을 숲 속에 숨어 별빛처럼 반짝이며 보고 있다
엽사가 고기를 등분하여 마을회관에서 잔치를 벌인다
그 후 다 큰 새끼들이 복수라도 하려는 듯이
도시 한복판 식당으로 돌진하고 있다 탕 탕 또다시 총성이 울렸다
처음부터 균형을 깨뜨리고 포식자를 죽여왔던 것은 인간들이 아니었느냐
그 모피와 가죽은 비싼 경매를 거쳐
어느 부잣집 침실에, 옷에, 당신이 들고 다니는 명품 가방에 있다
비둘기에게 먹이를 던지지 마라 야생을 길들여 키우려 하지도 마라
언젠가 당신에게 큰 재앙으로 돌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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