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을 마시던 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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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을 마시던 라면 / 노 장로 최 홍종
바위 덩어리 같은 무거운 마음의 상처가
짓눌린 어깨를 뭉개고 지나치면
악몽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던
공사장 김 감독 돼지 목 따는 소리로 엉뚱한 꾸지람에
가야하는지 와야 하는지 걷어치워 버려야할지
몸 둘 바 몰라 쩔쩔 매며 엉엉 울었던
세상무게가 너무 무거워 지치고 힘들어 기진할 것 같을 때
면발이 후루룩 달린 냄비뚜껑이 굴뚝기둥을 막아서서
동치미국물 타령에 연탄구멍의 숨통을 죽였다
먼저 한 줄이라도 주전자 뚜껑에 퍼 담아야 하는데
빼곡히 들어찬 상경하는 삼등칸 기차 속에는
때 국물에 절은 냄새들이
어김없이 기억 꾸러미를 더듬더듬 따라가고
멸치 국물에 인을 친 익숙한 입맛은
외갓집 시락국 국물에 넋을 잃은 아들은
자주 자주 오지도 못하는 녹 쓴 쇠대문 집에는
아들이 왔다고 눈물콧물인데
누리끼리하게 쩔은 아들의 환영이
라면의 면발 속에 울고 온다.
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요즘 들어 손자가
라면을 찾는 바람에 우연찮게
라면을 자주 먹게 됩니다
일하다가 먹는 라면 또한 끼니로 충분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