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를 옮겨 피다 / 성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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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897회 작성일 17-09-10 10:56본문
연대를 옮겨 피다
성영희
성영희
해안가 흘러내리다 굳은 절벽
가라앉으면서 쌓인다는 모순의 지층을 본다
딱딱하게 굳은 수 세기 전 시간들
청잣빛 물결 층층이 잠언이다
언젠가 물이 흘러들어와
휘몰아치다 새어나간 흔적
와류였는지 짐승의 울음이었는지
절멸하듯 깎아지른 절벽
고고학자들은
몇 센티 줄자로 수만 년 전의 생몰을 연대하지만
화석은 발견되는 순간 수 세기를 이동한다
움푹 파인 발자국
알을 낳아 놓고 물가를 거닐었을 짐승이 재빨리
제 울음을 묻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찰칵찰칵 찍힌다
꽃들은 연대를 따지지 않는다
지층 사이 애기똥풀 꽃
바람조차 스밀 수 없는 돌 틈을
아무렇지 않게 옮겨 다니며 핀다
가장 최근의 풀꽃 연대기에서
누군가 뛰어내렸다
웅성거리는 소리들, 퇴적 중이다
2017 <시와 소금>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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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문정완님의 댓글
문정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좋은 시 읽습니다 사유과 관찰이 조화를 이룬 맛이 깊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