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시인의 향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유리바다이종인

몰래 숨은 듯이 얼굴 감추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노래하던 아이들아

무궁화 꽃을 훔치려 미리 움직이던 아이들은 다 잡아 내어 번을 세우고

다시 노래를 부르게 하였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사람이 만든 적도 없고 보고 싶다 말하지 않아도 피는 꽃입니다

대적자가 꽃을 보고도 빼앗아 가지 못하도록 비밀한 노래로 피어야 합니다

나는 사자와 임팔라 물소 코끼리를 다 보며 살았습니다 

정글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무궁화 꽃이 해 뜨는 동방의 나라에서 피어납니다

우리의 형제 호랑이를 누가 싹쓸이 죽였는지 그 울음소리까지 거두었는지

밤에는 별이 꽃으로 빛나고 낮에는 별이 땅에 내려와 꽃으로 피어나요

진달래는 무궁화 꽃길을 예비하는 심부름꾼이죠 조선이요 대한입니다

누군가 이별하며 그 가는 길에 진달래 꽃을 뿌려준 이가 있으나 

무궁화 꽃에는 이별이라는 사연이 없습니다 새로 창조되는 나라

예언이 실상이 되어 나타나기 때문이죠 아시나요 진달래 무궁화 꽃말은

사람이 연구하고 지어낸 말이 아니라 지구촌 다른 나라도 아니고 

바로 대한의 땅에 씨 뿌려진 비밀한 하늘의 약속입니다

진달래 지고 나자 나무에 새가 울면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