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 잠을 자는 아내를 보며 / 박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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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 잠을 자는 아내를 보며
박의용
아내는 매일 밤
고장 난 핸드폰처럼
그저 충전과 단전을 반복하는
긴 시간을 헤맨다
.
자는 지
깨는 지
꿈꾸는 지
밤이 괴로운 아내를 보며
보는 내가 더 괴로울 때가 있다
.
한 시간 자고
깨서 다시 두 시간 시달리고
그러기를 반복하니
자는 것도 아니고
깬 것도 아니고
꿈꾸는 것도 아니고
뫼비우스 띠처럼 반복되는 그루 잠을 자는
아내 옆의 나는
장단 맞춰 그루 잠을 잘 수도 없고
가슴앓이만 할 뿐
그저 그럴 뿐
.
인생도 어쩌면
그루 잠을 자는 일인지도 모른다
뫼비우스 띠처럼 반복되는 그루 잠을 자는
그런 일상들
누구도
그 괴로움
그 고난을
대신해 줄 수 없는
오직 자신만이 오롯이 짊어져야 하는
시지푸스의 운명처럼
.
오늘밤도 아내는
그루 잠을 잔다
그 옆의 나는
아무 것도 해 줄 수가 없다
그저 가슴앓이만 할 뿐
그저 그럴 뿐이다
.
2023-04-02 Jibi(知非) 박의용
* 그루 잠 : 잠깐 깨었다가 다시 든 잠
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단잠을 자는 사람은
어쩌면 복을 받은 거지 싶다오
그루 잠을 자는 사람과 함께
밤을 보내는 일은 수행을 쌓는 일이리라
고운 봄날 보내길 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