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꽃밭에 물을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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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꽃밭에 물을 주다 / 노 장로 최 홍종
해질 녘에 초승달이 물끄러미 초점 잃은 눈빛으로
우수수한 잡초더미 사이를 헤매지만
바짝 마른 늙은 꽃밭은 이미 체념했나보다
한줌 희망을 불쏘시개로 트집삼아
앙탈이 옆구리를 꼬집는다 아뿔사!
물기라곤 찾아 볼 수 없는 땅바닥을 북북 긁는다.
흠씬 줄려면 수돗가 강물이 제격이라 멍하여 혼자 생각하고
이런 생각 저런 궁리 번민에 휩싸여
이미 황량荒凉한 늙은 꽃밭은 볼품이 없이
분홍빛 수줍은 꽃잎은 언제 그런 세월이 흘렀는지
쇠락衰落할때로 연약軟弱해 엄마의 품속 같은 옛정은
찾아보기 어렵고 흉한 야릇한 취기가 나를 울린다
오랫동안 보살피지 않아서 쓸데없는 돌무더기만 뒹굴고
포동포동했던 언덕위에는 거친 흙바닥으로 변해 그사이 더 거칠어졌다
이름 없는 온갖 풀들이 이미 꽃밭을 점령하여
힘없는 물줄기 세례를 아쉬워하고 슬퍼한다.
마음과 꿈은 흠씬 풍성히 젖는 저수지물을 기대하고
듬뿍 충만히 부어주는 젊은 드럼통이 아쉽고
오랫동안 찾지 않아 미안하고 얄궂고 늑대 같은 마음은
뒤돌아서서 혼자서 울어 그 눈물이 물을 주는 구나
갈급한 꽃밭에 밤새워 몸서리치도록 한껏 울었지만
늙은 꽃밭은 눈물에 젖고 같이 함께 운다.
아쉬움은 할 수 없이 만족 한다.
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그닥 가꾸지 않은 꽃밭에서
봄이면 어김없이 고개 내미는 새싹을 보면
새삼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게 됩니다
가꿀수록 그 미소 아름답듯
행복한 금요일 보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