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끄무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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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끄무레하다 / 노 장로 최 홍종
사흘 굶은 시어머니 얼굴을 무슨 염치로 보며
어떤 소리가 나올 런지 얼굴 마주치기가 부끄럽고 민망한데
아침부터 이상하고 음흉한 징후가 부락을 휩쓸고 다니더니만
화가 나신 시아버지 빗자루 질이 먼지를 후비며 무섭다
날씨가 흐리고 어둠침침하다
어젯밤에 기운 달이 슬그머니 꽁무니를 숙여 빼더니
검은 햇빛 되어 개망나니 큰 칼을 휘두르며 쏘다녀
무슨 엄청난 역병이 온 고을을 삼키려 하고
금방이라도 검은 쏘나기 물이 쏟아져 내릴 것 같아
안정을 못 찾고 안절부절 하는데
아니다 다를까 송아지가 나오지 못하고
어미 소가 끝끝내 검은 큰 눈이 스르르 감기고
다리에 힘이 풀리고 멀뚱멀뚱 바라보다 쭉 뻗었다고 하네요.
아침부터 흐린 날씨는 이 마을 저 마을을 동분서주하다가
집집마다 문지방을 넘고 온 저주가 휘몰아쳐
뜬금없이 건강한 아들이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끄무레한 하늘을 원망으로 쳐다본다.
그토록 끝없는 한울님 낯가죽이 두껍고
정말 낯간지럽고 낯 깎이는 일이라
낯부끄러워 낯빛을 붉힌다.
댓글목록
이원문님의 댓글

네 시인님
시인님의 시를 읽고 나니
그 옛날이 다시 떠오릅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요즘 회색빛 하늘이 비구름뿐 아니라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황사 탓이 잦은 것 같아서
아이들 건강이 먼저 걱정 됩니다
세상에는 사랑이 있어 아름다운 삶이 이어지듯
오늘은 파아란 하늘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