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이는 논 고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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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이는 논 고둥이다 / 노 장로 최 홍종
순한 논바닥에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신작로가
고속도로를 뚫은 것같이 앞서 내달리고
지렁이 핥은 것처럼 난 길이 눈물겨워요
착하고 소박한 농부의 가련함과 기특함이
평생을 함께 아름답게 보아 왔는데
빨간 염주 같은 진주알이 뭉탱이로 쏟아져 나와
저 많은 잎에 송이송이 붙어있는 모습이
대웅전 불상이나 안마당에 새 자리 편 석류 알 같은 알들이다
백팔번뇌 목탁을 소리 없이 두드리고 염불에 여염 없다
쉴 사이 없이 터져 나오는 고통은 벼논의 논바닥과 징을 친다
흘린 눈물 여름 내내 잡초 먹고 논바닥 죽고살기로 청소하다
우거지 국 한 사발에 뼈마디 마디 주검을 헌납하고
아범 막걸리 해장국에 심장 없는 전신을 드리고
지나가는 이름 없는 길손의 궁한 뱃속을 채워주지만
토사구팽 신세는 어이없는 일이라 언제 면할지
살다보면 누가 알아 주냐고 큰소리로 하소연하지만
역시 우렁이는 논 고동신세를 해장국 집에서
진한 국물 맛이 소스라치게 말을 한다.
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한 농장 작은 연못에 가보니
수많은 우렁이와 올챙이가
올망졸망 가득하니 반가웠습니다
자연친화적인 농사가 환경을 살립니다
고운 4월 보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