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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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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박인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555회 작성일 18-07-03 09:16

본문

아내

 

아내는 새벽 네 시면 일어나

배가 부른 종량제 보따리를 들고

예순 네 개의 계단을 내려와

죽은 생활용품 정류장에 내려놓으면

성광용역이라는 영구차가 비닐 관을 싣고 떠난다.

말끔해진 전봇대 주변을 살핀 아내는

어슴푸레한 길을 걸어 예배당으로 향한다.

아내의 가슴에는 조금 전에 버린 봉투보다

더 큰 소원 보따리가 있다.

예배가 끝난 후 어둑한 조명아래

영혼을 흔드는 차임벨 음악이 이어지고

보따리를 풀어 목차대로 간절하게 읊조린다.

아내는 항상 그 자리에 앉는다.

그렇게 한지 만천칠백일이 넘었다.

고개를 앞뒤로 젓거나 꼿꼿한 자세로 앉아

불쾌하지 않은 음성으로 매일 아뢴다.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그의 소원은 신기하게 이뤄졌다.

어떤 날은 어깨가 흔들릴 정도로 운다.

남편도 모를 서러움이 그의 명치를 짓눌러서다.

모두 자리를 떠나도 아내는 아직 그 자리에 있다.

귀에 익은 경음악이 공간을 채우고

새벽은 아직 가로등 아래서 맴돈다.

빨간 십자가 조명이 예수의 피만큼 붉고

우러나온 절실한 기도는 십자가를 붙든다.

내가 신이라도 그 모습에 녹아

빈 손으로 돌려보낼 수 없는 기도여!

십자가에 매달린 아들을 바라보며 울던

성모 마리아와 같은 애달픔이

내 아내의 기도소리에 묻어나고 있다.

아침이 예배당 문을 열고 들어선다.

2018.7.3

추천0

댓글목록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정심 김덕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새벽 네 시
더 큰 소원 보따리를 안고
예배당으로 향하여 가셔서
간절하게 기도하시는 사모님

시인님! 참 시인님께서 훌륭하신
믿음의 사모님을 두셔서 행복하시겠습니다.
귀한 시 감상하면서 저도 기도에
더 힘써야겠다고  다짐하며 갑니다.
시인님 감사드립니다.
칠월에도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국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누구가를 생각해주거나
기꺼이 돕는 일이 사랑이고
기도하는 마음은 사랑하는 마음이고
이 모두 따뜻한 행복이지 싶습니다
오늘도 행복 가득한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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