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에 불이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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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장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5회 작성일 23-05-08 14:28본문
닭장에 불이 났어요 / 노 장로 최 홍종
시골 농가에서 일어난 얘기입니다.
시골 할멍들은 전혀 불을 겁내지도 않고
그냥 모든 것을 불과 함께 살고 지내니까요
마당 뒤안길에 가마솥 걸어두고 그 모양이 엉성해요
바람구멍이 숭숭 뚫려 불 막이 걱정은 아예 없고
무겁고 큼지막한 가마솥을 턱 걸어두고
능청스럽게 이곳에 장작불 지펴 메주콩 삶다가
집안에서 또 다른 일이 더 급하게 불러 그 일에 혼을 빼앗겨
까마득히 잊어먹고 시간은 유유히 흘러가고
그만 다른 일에 넋 놓고 정신 파는 사이에
옆에 있는 닭장에 불이 옮겨 붙고 나서야
엉겁결에 부지깽이로 삽과 농기구들로 분탕을 치고 야단법석을 했지만
불길은 온갖 정신이 나가도록 훨훨 솟아올랐으니
보름달아래 액땜하는 달맞이 불놀이가 되고 말았고
혼신을 다해 불은 껐는지 놀았는지 농가가 새카맣게 거슬리고야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닭장을 둘러보니 닭들이 푸득거리며 난리가 나고
사람들은 초죽음이 다되어 물동이를 챙겨 깨어진 물동이 걱정하는데
겨우 머리를 다시 붙잡고 수습하며 다가가 보니
이게 웬일입니까!
암탉은 이미 통닭구이가 다 되었지만
그 날개 밑에는 병아리들이 포근하게 살아있었어요
이런 일도 있네요.
무엇으로 지극한 엄마의 사랑을 말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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