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 싼 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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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 싼 이불 / 노 장로 최 홍종
아침이면 집 뒤 곳간庫間에서 챙겨 나와
동네 옆집을 돌며 소금 좀 꾸어오라고 바가지를 잡혀주시며
머리에 씌워 주었던 넓고 펑퍼짐한
시골 사투리로 챙이를 표준말로 키를 머리에 얹고
한두 번 봉변 아닌 주걱으로 뺨을 몇 번 맞고서야
풍성히 우두커니 덮어주고는 슬쩍 하는 말이
누나가 웃으며 들고 나와 또,또 하며 빈정거리던
이 요상한 심부름을 처음에 뭔지 몰라 곧잘 나서다가
어떨 땐 꼭 누구 집에 가서 얻어오라고 지정하니
시골 풍습을 이해하고 이 희한한 처방을 속죄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도를 그린 죄로 물 한 방울도 아쉬운 때라
불장난한 꿈을 꾸고 시원한 물줄기로 불을 잘 끄고 나면
그리운 모습이 눈에 선하다
영양이 부족해서 인지 허약한 건지 뭐가 잘 못인지
시원하게 한판 잘 갈기고 나면
이런 어쩔 수 없는 사태가 벌어져
그 집에는 내가 좋아하는 딸애도 있는데
참으로 난감하고 어려워 울었던 옛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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