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알 두 쪽만 덜렁 차고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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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알 두 쪽만 덜렁 차고나와 / 노 장로 최 홍종
등에 지고 손에 쥐고 나온 것이라곤
찾아도 울어도 값을 춰주어도 아무것도 없는
옥탑 방 멍하니 친구라곤 덧없이 빈둥거리는 비둘기 새끼들
가진 것도 없이 알 몸 뿐이고
근질거려 좀이 쑤셔서 가만히 앉아있지도 못하니
남의 비위를 맞추어 주며 아첨하고 추겨주며
넉살좋은 너스레떠는 마음 보따리를 가진 것도 아니어서
먹을 것이라곤 불어터진 라면 못 먹을 지경이고
어느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정론도 고쳐지지도 않는 법도 없지만
불여우 같은 눈빛을 쏟아내며 변덕스럽고 요사스러운 위인도 못되어
불쑥 신앙을 가지지 않는 걸 후회해도
여러 말 할 필요도 없이
여러 해가 다 지나가도 맡은 일을 잘 하지 못하니
불씨 같이 재속에 숨겨 두고
요긴하게 꺼내어 쓰는 다독다독 작은 불덩이도 못되고
불안佛顔 하여 부처의 자비로운 얼굴을 보노라면
불안不安하고 불안스러운 사심이 부끄럽고 민망해
불안佛眼한 부처의 자비로운 눈에
세상 나온 것을 두 쪽만 차고 후해한다
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빈 손으로 오는데
그나마 차고 나옴에 감사할 때 있습니다
열심히 살며 할일 찾아서 하고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은 삼가하며 살았어도 후회가 남지 싶습니다
고운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