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강아지 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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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강아지 벤지 / 유리바다이종인
주인이 낮이나 밤이나 술을 마시고 취하면 매일 때리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예쁜 강아지가 있었단다
벤지의 앞다리는 골절된 지 오래되었고
한쪽 눈마저 실명된 지 오래라
목이 말랐으나 물조차 없어
간혹 비가 오면 살짝 열린 베란다 창문 틈에 고인 빗물을 혀로
혀로 핥아먹었지
오늘도 술에 곯아떨어진 주인을 피해
베란다 구석에 몸을 눕히며 창을 통해 비치는 달빛을 보았지
보았지 아프고 굶주린 몸을 더는 지탱할 수 없어
꿈결인 듯 스르르 눈을 감으며
끙끙 신음으로 마지막 힘을 다해 달빛을 보며 말했단다
끙끙 달님 끙끙 달님
너무 아파요 배가 너무 고파요 점점 차갑게 몸이 굳어가던
그때였어 사방에서 먹구름이 뒤덮기 시작했어
뇌성번개가 번쩍이며 벤지가 잠들어가는 베란다 창문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순식간에 유리창이 외장창 내려앉는데
벤지는 가물거리는 의식 속에서 한 음성을 들었다
벤지야, 어서 일어나거라
눈부신 달빛 소리에 놀라 눈을 떠보니
자기 몸이 개가 아니라 휘영청 빛에 휘감긴
사람의 몸으로 변화되어 있었단다
벤지가 성큼성큼 두 다리로 걸어가며 방안으로
방 안으로 들어가 보니 주인이 개가 되어 자고 있었어
그 모습이 너무 측은하여 말없이 다가가 이불을 덮어주고
방 안 여기저기 뒹굴고 있는 술병을 하나 둘 치우며
바닥을 깨끗이 청소했단다
아침이 되자 사람으로 변한 벤지가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데
개로 변한 주인이 네 발로 걸어 나와 큰 하품을 하는데
갑자기 변한 자기 몸을 보고 놀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으르렁 컹컹 짖어대기 시작했단다
사람으로 변한 벤지가 개로 변한 주인에게 말하기를
벤지야, 잘 잤니? 이리오너라 좋아하는 밥이랑 간식 줄게
옳지, 우리 벤지 배부르게 맛있게 먹거라
어서 밥 먹고 우리 같이 산책 나가자
아이고 착해라 우리 예쁜 강아지, 멍멍! 멍멍!
댓글목록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
제가 발표한 시 作 아래 '정0기' 시인의 댓글만은 사양하겠습니다
하지마라카마 하지 마시오!
깨닫게 되면 그때 가서 다시 말할 것이니
정민기09님의 댓글의 댓글

네, 알겠습니다.
앞으로 자제하겠습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얼마 전 친구에게서 강아지 한 마리
데려와 키우고 있는데
졸졸 쫓아다니는 모습이 여간 귀엽기만 하다가도
고양이를 보면 으르렁거리는 모습이 대견스럽게 느껴집니다
행복한 주말 맞이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