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하나가 노려보고 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어르신 하나가 노려보고 있다 / 유리바다이종인
지인과 나무 그늘에 앉아 주제 없이 얘기를 나누었어
예전에는 말이야 장가를 가지 않으면 상투가 없어 어른 대접을 못 받았지
여자도 머리를 올리지 못했어 요즘은 밭에 일하다가
갑자기 쑥 애가 나올 일은 없지만
가끔 화장실 휴지통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기도 해
고립된 삶을 위해 억지웃음을 생산하는 거 같아 걱정도 된다
이웃집에 사는 30대 초반의 젊은이가 나를 보면 안녕하세요 늘 인사를 해
아이고 그래 고맙다 근데 혹 결혼은 했니 아뇨 결혼을 왜 해요
나뭇잎 무늬의 원피스를 입고 팔랑팔랑 바삐 뛰어가는 거야
느티나무 잎을 흔드는 바람처럼 그 원피스에 매미가 붙어 우는 것 같았어
밭에서나 집에서나 아기를 낳지는 않고 시설이 잘된 곳에서 낳지
그 대신 돈이 많이 들어 키우기도 고생이고 직장에 눈치도 봐야 하고
암튼 여러 골치 아파서 그런지 결혼을 안 하려고 해
결혼을 해도 애를 가지려고도 하지 않아 맞벌이 부부가 아침은 샌드위치로
간단히 하고 저녁엔 각자 밖에서 해결하자 미리 약속을 정하나 봐
암튼 내 말은 말이야
결혼을 하지 않으면 늙어도 예처럼 어른으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는 거야
드물게도 결혼을 하지 않는 특별한 경우나 목적은 예외로 하더라도 말이지
건너편 벤치에 어르신 하나가 얘기를 엿들었는지 나를 째려보고 있었어
나중에 알았지만 늙어 지금까지 장가를 가지 못했다더군
하마터면 시비에 말려 귀싸대기 맞을 뻔했다
댓글목록
하영순님의 댓글

덥다덥다 하지만 언제 그랬는가 하는 날이 있을 것입니다
세월이 너무 빨라서
조금만 참읍시다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네 그냥 더우면 되겠는데...
추어탕에 들어갈 것이 여전 입추를 훼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