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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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에게 / 유리바다이종인
잘 계시는지요
강산이 두 번 바뀌고 여전히 땅에는 바람이 붑니다
그날 초록의 풀에 젖은 비와 이슬을 기억하시는지요
혹 광안리 해변 포장마차와 팔공산 과수원 주막에
매미가 수천수만의 잎사귀마다 귓전을 울리고
우리가 나누던 술잔 위로 떨어진 깃털 없는,
눈을 뜨지 못한 새의 새끼도 기억하시는지요
바람에 나부끼는 당신의 눈빛과 머릿결을 보느라
그날은 두어 잔 술에도 금세 취했습니다
습관의 그리움인 듯 그림자 같은 무형의 詩를 수없이
수없이 쓰며 살다 보니 당신을 만났던 게지요
이젠 나도 나이를 먹었나 봅니다
가끔 갤러리 벽화에서 당신이 걸어 나옵니다
밤하늘 별들이 찬서리가 되어 머리에 쌓입니다
미안해서 어쩌지요
다 지워지고 없어서
나의 첫 시집을 당신에게 전해주지 못했습니다
//
※※
가을비 내리는 오늘은 / 유리바다이종인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왠지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느낌이 통하는 그대와
단둘이 마주앉아
차분히 젖는 말을 하며
한 잔의 술을 나누고 싶습니다
과수원이 내려다 보이는
주막에서
하루종일
빨간 사과에서 흘러내리는
물빛 같은 그대와
가을 단풍 사이에서
까닭 없이 설레고 싶습니다
가을비 내리는
오늘은
※
가을비 내리는 오늘은..
2011 유리바다 시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춤' 中에서..
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어제 이어 오늘도
가을을 재촉하듯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강산이 몇 번 바뀌도록 살았어도
왠지 여전히 가는 세월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고운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하영순님의 댓글

비 오는 날엔 그리운 사람이 더욱 그립지요
대구는 비가 조용히 오네요 건강 잘 챙기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