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 부르는 시온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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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서 부르는 시온의 노래 / 유리바다이종인
나는 어릴 때 버려져 태어난 곳을 몰라 멍청하게 자랐습니다
어느 날 밤 아버지가 몹시 화가 나서 떠났다는 이야기를
바람과 구름과 비(雨)에게 겨우 들었을 뿐이었습니다
엄마는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워 나를 버린 채 떠나고
나는 고아가 되었습니다
나를 낳으신 아버지는 어디에 계시는지 온산을 찾아 헤맸습니다
배가 고플 때는 까마귀가 나무에서 밥을 떨어뜨려 주었습니다
가끔 엄마가 지하철 바닥에 신문지를 덮고 자고 있는 나에게
낯선 남자랑 빵을 들고 찾아왔지만
얘야, 이 사람이 너의 아버지란다 말해주었으나
왠지 너무 낯설어서 자꾸 계단 구석으로 몸을 피했습니다
그 후 나는 매질을 당하고 또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새들이 하늘을 날아가고 있다는 모습을 처음 보았습니다
희고 빛나는 저 새들을 따라가면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 거야
사람들이 모르는 산 꼭대기에서 백마를 타고 누가 내려옵니다
얘야, 내가 바로 너의 아버지란다
내 목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었습니다
너에게 힘을 불어넣었으니 다시 내려가거라
내가 세상을 이긴 것처럼 너도 세상을 이겨야 한다
나무에서 둥지를 튼 새들이 처음 익은 열매를
배고픈 나에게 떨구어주며 하얀 세마포 옷을 입혀 주었습니다
나는 허리띠를 동여매고 산을 내려가고 있습니다
아 내가 찾던 아버지가 시온 산에 계시고 약속했으니
이는 분명 꿈도 환상도 아닌 실체로 나타난 현실이었습니다
할 일을 다 마치면 나는 다시 시온으로 돌아갑니다
댓글목록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
창세기에서 계시록까지 간략 비유 풍자하였으니
만약 이 글을 이해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안국훈님의 댓글

온산을 찾아 헤매는 사람이
어디 한 둘이겠나요
할 일 다 마치고 다시 돌아가는 길은
발걸음이 가볍지 싶습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하영순님의 댓글

머물다 갑니다 유리바다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