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남편 / 박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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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남편
박의용
수사자는
평생 적으로부터 무리를 보호하다가
사냥할 힘을 잃으면
젊은 수컷에게 자리를 내주고 쫓겨나
마지막 여행에서 혼자 쓸쓸히 죽어가고
늙은 수고양이는
죽을 때가 되면 모습을 보이지 않고
침팬지도
늙은 수컷은
젊은 것들과 암컷에게 애물단지처럼
왕따 당하며 산다
늙은 남편도 이와 같아서
‘비 오는 가을 날 구두에 붙은 낙엽’처럼
아무리 떼 내려 해도 달라붙는 귀찮은 존재
남자는 돈 벌어올 때까지만 필요한 존재
그 이후론 애물단지요 계륵(鷄肋)
어찌하면 좋을까
정답을 찾을 수 없어
아내의 구두에 붙은 빛 바랜 낙엽 같은
늙은 남편은
오늘도 팔다리에 힘이 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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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정민기09님의 댓글

"아내의 구두에 붙은 빛바랜 낙엽 같은" 시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