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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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기
잠귀 밝은 가을바람 깨어 불어오더니
붉디붉은 그리움으로 핀 꽃무릇 쓰다듬는다
마음에도 없는 싫은 소리
한차례 소나기처럼 퍼붓고 나니
어느 정도 불순물이 가라앉았는지 조용하다
두 눈 뜨고 내내 지켜본 서툰 사랑
끄집어내기 싫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무릇 어디에도 내놓지 못하는 마음 비워 준다
구름으로 지우고 지워도 시퍼렇게 멍든 하늘
지우개 가루처럼 금세 흩어지고 있다
꽃무릇 피어서 마음을 정열로 불태운다
사랑의 울타리 밖에서 머뭇거리기만 할 뿐!
시간이 흘러갈수록 진행은 느려지는데
끝내 마음 해변에 다다르지 못하고
파도처럼 산산이 부서지는 가여운 사랑
꽃잠 향기 옅어지는 순간이 다가오기 전에
저 꽃잎 의자에 지친 나비 앉힐 수 있을까
허기진 사람끼리 마음 한 끼 같이 하는 것!
느린 구름이 행로를 변경하려고 한다
열매 맺지 않아도 그리움의 눈시울 붉어진다
정민기 (시인, 아동문학가)
[프로필]
본관은 경주이며, 문헌공파
1987년 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평지마을 출생
2008년 <무진주문학>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2009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 부문)
경력 '사이버 문학광장' 시·동시 주 장원 다수 / 동시 1편 월 장원<책 기타>
수상 제8회 대한민국디지털문학대상 아동문학상,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입선
지은 책으로 시집 《내 고향 거금도 연가》 등, 동시집 《바람의 도서관》 등
동시선집 《책 기타》, 시선집 《꽃병 하나를 차가운 땅바닥에 그렸다》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수상시집 《여가 진도여》(공저)
전남 고흥군 봉래면 신금리 원두마을 거주
e-mail : jmg_seelove1@hanmail.net
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올해는 무슨 사유인지 꽃무릇은
소식이 없고
상사화만 다소곳이 피었다가 지고 있습니다
해바라기꽃이 제철을 만난 듯 활짝 미소 짓는 9월의 아침
고운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정민기09님의 댓글의 댓글

네, 이제 개화 시기라서
아직 흔하게 피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붉디붉은 그리움으로 핀
꽃무릇 만나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정민기09님의 댓글의 댓글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홍수희님의 댓글

그러게요..
해마다 꽃무릇은 기다란 목을 빼어들고
무엇을 누구를 기다리는 것일까요...
시인님~ 행복한 오후 되시기 바랍니다.
정민기09님의 댓글의 댓글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하영순님의 댓글

산산이 부서지는 가여운 사랑
그런 사랑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정민기09님의 댓글의 댓글

꽃무릇도 상사화처럼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하니
산산이 부서지는 가여운 사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애틋한 그리움 속 피워 올린 한 송이 시심입니다.
꽃무릇과 상사화는 서로 다른 꽃이지만,
같은 수선화과 식물로 잎과 꽃이 따로 핍니다.
상사화는 잎이 먼저 피었다 지면 꽃이 피어나고,
꽃무릇은 반대로 꽃이 먼저 피어다 지면 잎이 돋아납니다.
고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