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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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일박 / 정건우
광천리 매미는 열에 아홉
아칠한 우듬지에서 목을 놓는다
고주파에 몸서리를 치고 있는 가지 끝 이파리
실색하여 일찍 떠날 준비를 하고
이슬에 비치는 맑은 죽음도 무섭지 않고
수액에 자글자글한 오백 년 통증
매미처럼 부대끼고만 있구나
청령포, 이름대로 서늘하게 감아 도는 물길 앞에서
내 눈은 어디를 떠가나
한 가슴으로 굽이쳐오는 강의 울음과
조카보다도 훨씬 어린 왕의 근심을 부둥켜안고 나는
휘적휘적 늙은 아비로 돌아 나오느니
왔던 길을 버리고,
휴대폰도 내팽개쳐버리고,
TV도 켜지 않고 싱숭생숭 누워버린
영월 일박.
댓글목록
정민기09님의 댓글

"왔던 길을 버리고,
휴대폰도 내팽개쳐 버리고,
TV도 켜지 않고 싱숭생숭 누워버린
영월 일박"
아마 별마로 천문대도 건너뛰셨겠네요.
안국훈님의 댓글

때로는 휴대전화 놓아두고
하루를 보내노라면
새로운 세상을 사는 것 같았습니다
점차 묻어나는 가을향기 속
행복 가득한 9월 보내시길 빕니다~^^
정건우님의 댓글의 댓글

오랜만에 뵙습니다 안 시인님. 건강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