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계닭 삶아 먹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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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계닭 삶아 먹는 날 / 유리바다이종인
참 싸다 6천 원이면, 이거 좋아한 지 참 오래되었다
육계는 허벅타박 해서 질긴 식감이 없다
여러 약초를 넣고 2시간을 푹 고았는데도 그대로다
아래위 보철은 많으나 아직 치아 튼튼하다
하도 내 삶의 인연이 그러하다 보니
질긴 폐계닭을 씹으며 술 한잔 하는 버릇이 있다
오래오래 인연 변치 않기를 소원했으나
인간에 의한 상처가 너무 깊다
그 때문이었을까 지금 나는 詩를 쓰고 있다
그들이 돌아서기도 내가 돌아서기도 한 반복의 세월이여
모두 잘 살고 있는가, 나는 제자리를 찾았을 뿐이다
문득 수년 전 한 사람이 생각이 난다
성경을 읽고 있다는 죄로 보위부에 끌려가
개머리 총으로 이빨이 아작 나고 코가 뺨에 붙었다는,
죽음의 사선을 넘어 탈북한...
유독 술과 고기로 대접받기를 좋아했던 사람
그래, 이해한다 이해한다 대한민국은 고기가 많다
비 오는 날 왕족발을 사들고 찾아간 날이었다
내가 뼉따구에 물렁뼈 콜라겐을 오도독 씹고 있을 때
그가 놀란 듯 나를 멍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계시 신학을 배워 사명 잘 감당한 줄 알았더니
말세에 성령을 훼방하는 배도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내가 질긴 노계닭고기를 씹고 있을 때
물컵 안에 살균 소독 안된 그의 틀니가 싸늘하게
싸늘하게 가을 추수밭을 넘보고 있다
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지인 한 사람은
노계닭을 압력밥솥에 푹 삶으면
식감이 괜찮다고 합니다
제법 선선해진 새벽 공기처럼
고운 주말 보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