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에서 성묘를 하며 / 박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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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에서 성묘를 하며
박의용
처서 백로 지나도 여전히 무덥습니다
조상을 모시는 산소에 성묘를 했습니다
증조부모 조부모 부모에
나보다 먼저 간 동생까지
묘지를 보니 인생 무상이 확 다가옵니다
결국은 저렇게 돌아가는구나
살아 생전 온갖 영욕은 한갓 헛된 꿈이었으리라
그러니
살아서 무리하게 아등바등 살 필요가 있으랴
서열 대로 자리한 산소를 보며 생각합니다
돌아가시면
처음엔 각 방을 쓰다가
세월이 지남에 따라 한 방을 쓰시는구나
살아선 갓 결혼하여 한 방을 쓰다가
늙어감에 따라 각방을 쓰는 게 편하더니
저 세상 가서는 그 반대로구나
저 세상 가는 날이 다르니
각 방을 쓰다가
내외가 다 저 세상에 당도하면
다시 한 방을 쓰시게 하는구나
북망산천 얼마나 춥고 외로우면
다시 한 방에 모실까
춥고 외로운 그곳에서
서로의 싸늘한 체온일 망정
부둥켜 안고 계시겠지
체온은 비록 싸늘하게 식었어도
마음만은 아직도 따뜻할 테니
정은 몸이 아니라
마음으로 전해지는 것이니
그 마음은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식지 않고 따뜻하게 유지되는 것
우리 부부 살아 생전
때론 상대의 행동이 못마땅하고 미워도
마음만은 미워하지 말고
서로 따뜻하게 보듬어주자고
산소에서 다시금 다짐을 합니다
댓글목록
정민기09님의 댓글

"처서 백로 지나도 여전히 무덥습니다"
건강한 하루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