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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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에서 / 정건우
왼손으론 어미 엄지를 말아 쥐고
오른 주먹은 옹골차게 하늘로 치뻗은 채
아장아장 도로를 가로지르는
저 똘똘한 세 살 아이의 눈
서슴없이 어미를 잡아끄는 저 힘으로
모세는 홍해를 건너갔을 것인데,
오늘은 내가 다른 사람 같아서 울고 싶은 오후
자전하는 지구조차 멈춰 세운 너에게
와글대던 도로를 울릉도 앞바다로 바꾼 네 오른손에
가장 공손한 자세로 절하고 싶구나
천 길 절벽, 솔잎 끝 시퍼런 이슬 같은
네 눈동자 속에서
온통 나를 풀어헤쳐 통곡하고 싶구나.
댓글목록
정민기09님의 댓글

"천 길 절벽, 솔잎 끝 시퍼런 이슬 같은" 시심입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고사리 손들고
횡단보도 건너는 아이를 보면 대견한데
어제도 무단하는 어를을 보려니
공연히 미안함이 들었습니다
행복 가득한 9월 보내시길 빕니다~^^
홍수희님의 댓글

정말이지 가끔은
어린아이가 어른의 스승이 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단순해서 답도 단순하게 잘 알아서 그럴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횡단보도에서도 인도에서도 스쿨존에서도 무참히 앗아가는 어린 생명들
어미를 잡아끄는 어린 꽃들은 지금도 갈라진 홍해 바다를 신발 신고 건너가고 있을까요
억을한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하고 벌금형에 빼째라 가해자가 살기 편한 나라의 법령입니다
횡단보도를 무수히 국화꽃으로 장식해 놓으면 미친 차들도 서행하며 일단정지 할까요
동물에게도 모성이 있으므로
어린 새끼를 잃은 어미가 날마다 실신하며
사라진 새끼를 찾아 멍 허공을 바라보거나
길마다 두리번거리며 헤매는 어미견처럼 울부짖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판검사들의 법...
물이 차오르는 휘영청 보름달이면 계수나무 아래 토끼가 하얀 쪽배를 타고 내려오는
정의로운 이 땅이 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