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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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모습 / 정건우
수도꼭지 아래를 가만히 보니
욕조를 자근자근 씹으며 차오르는 수위水位
아하, 바로 저런 모습이다
불던 바람이 잠시 그치고 다시 부는 사이
넘어졌다 또 걷는 첫돌배기 왼발과 오른발 사이에서
잠깐 자신을 드러내는,
이 물소리도 기실은 그 소리다
아파트 캄캄한 배관 속을 돌아다니는 것도 그것이다
내가 지금 수도꼭지를 튼 것은
그것이 궁금했기 때문일까?
이쪽과 저쪽, 긴 것과 아닌 것
그 서먹한 틈새에서
이후에 생길 사건을 궁금하게 만드는,
물이 넘친다
떠밀린 바가지는 바닥에서 요란하고
절박하고 고요한 것이
사방팔방으로 다시 흩어져 간다.
댓글목록
이원문님의 댓글

네 시인님
시간의 모습이 어떠한 모습일까요
각자 나름대로 흘려 보낸 그 시간이 모습이겠지요
잘 감상했습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어제 지인의 집에 물이 샌다고 해서
살펴보았더니
너무 마개를 꽉 조여서 금이 간 게 원이었습니다
모든 게 과유불금...
고운 주말 보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