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날에 > 시인의 향기

어느 가을날에


 정민기



 햇볕 좋은 어느 가을날,
 헛짚어 골절된 생각 드문드문 구름이 되어
 한가로이 조롱하듯 떠 있다
 주섬주섬 서녘 하늘 노을 바구니 챙겨
 사람들을 맞이할 준비하는 단풍
 서서히 부푸는 희망이 물들기 시작한다
 높은 곳으로 날아오르는 새 한 마리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져 어리둥절한
 낙엽의 얼굴을 보면 금세 마음 바스락거린다
 아무렇게 헝클어져 둥지 같은 머리에서
 작은 새라도 온종일 지저귈 것 같아서
 한스럽기도 하지만 그냥 내버려 두기로 한다
 업무 진행이 빠른 가을이라서 벌써 겨울인 듯!
 지루한 듯 구름이 하나같이 뭉개지고 있다
 입맛 없이 억지로 밥 한 끼 때우니
 마음은 어느새 너에게 다다르고 사랑이 물든다
 보름달은 정들었던 빛을 비우고
 내내 반쯤 일그러진 얼굴로 그리움을 되새김질한다
 숲이 풀어놓은 새소리 경청하느라
 오랜 시간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정민기 (시인, 아동문학가)

[프로필]
본관은 경주이며, 문헌공파
1987년 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평지마을 출생
2008년 <무진주문학>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2009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 부문)
경력 '사이버 문학광장' 시·동시 주 장원 다수 / 동시 1편 월 장원<책 기타>
수상 제8회 대한민국디지털문학대상 아동문학상,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입선
지은 책으로 시집 《내 고향 거금도 연가》 등, 동시집 《바람의 도서관》 등
동시선집 《책 기타》, 시선집 《꽃병 하나를 차가운 땅바닥에 그렸다》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수상시집 《여가 진도여》(공저)
전남 고흥군 봉래면 신금리 원두마을 거주

e-mail : jmg_seelov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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