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물전 앞, 길고양이 > 시인의 향기

어물전 앞, 길고양이


 정민기



 비우고 비워도 더 비울 것이 있는 듯
 구름을 비우는 하늘 아래
 파도를 쓸고 있는 바닷바람이 비리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은
 어물전 앞에 길고양이 넙죽 엎드려
 생선들을 지키는 듯 눈빛이 반짝인다
 가끔 던져 주는 생선 맛을 본 터라
 그 자리를 떠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근처 식당에서 그릇을 싹싹 비우고
 커피 한 잔씩 들고나오는 뱃사람들,
 출항을 기다리는 갈매기 울음소리
 귓가에 끼룩끼룩 맴돌고 있어도
 뭉게뭉게 구름처럼 느린 저 발걸음을
 지는 것도 깜빡 잊고 해가 바라본다
 때는 가을이라 전어 맛이 제법!
 어물전 길고양이 등을 쓰다듬는 햇볕
 얌전하게도 따스한 느낌이 든다
 그 손길, 잠깐이라도 고스란히 전해져
 낙엽의 등이 오늘따라 포근한지
 바스락거리며 하품하는 소리 들린다





정민기 (시인, 아동문학가)

[프로필]
본관은 경주이며, 문헌공파
1987년 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평지마을 출생
2008년 <무진주문학>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2009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 부문)
경력 '사이버 문학광장' 시·동시 주 장원 다수 / 동시 1편 월 장원<책 기타>
수상 제8회 대한민국디지털문학대상 아동문학상,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입선
지은 책으로 시집 《정오의 해가 활짝 웃는다》 등, 동시집 《바람의 도서관》 등
동시선집 《책 기타》, 시선집 《꽃병 하나를 차가운 땅바닥에 그렸다》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수상시집 《여가 진도여》(공저)
전남 고흥군 봉래면 신금리 원두마을 거주

e-mail : jmg_seelov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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