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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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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정건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1회 작성일 23-10-23 16:43

본문

서랍 / 정건우

서랍을 여는 순간

튼튼하던 어둠의 앞쪽이 일시에 허물어진다

스펀지가 물을 뻘아당기듯

기척도 없이 안쪽으로 사그라진다

방금 닦은 욕실 타일처럼

반듯하고 화사하게 드러나는 바닥

아니다, 사그라지는 게 아니고

토하고 있다

어둠이 빛을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복사기를 빠져나오는 꽃으로

오랜만에 안부를 물어온 네 얼굴로

당기면 당길수록 뚜렷해지는

어둠의 건너편

애초부터 하나도 변한 게 없는

빛이었던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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