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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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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정건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07회 작성일 23-10-24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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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극장 / 정건우

극장이 있었다

말년 병장 어깨의 견장처럼

모서리각이 쓸쓸했던 양구 북쪽 비봉산에

높은 극장

수백 계단은 성벽처럼 가팔라

반공영화 단체로 보고 오는 양구 가시내들

종아리에 알이 배겼다

저녁마다 수백 군인이 극장에 갔다

튀밥 같은 청춘들

까만 교복 단발 여학생이라도 지나가면

목울대 빠지던 군가는 금세

여고시절 어떤 색 가방으로 바뀌었고

왁자한 군용 트럭이 휘파람 소리로 지날 때마다

껌 향기가 신작로에 자욱하였다

언젠가 그곳에 다시 갔을 때

계단 입구 털보 사진관 진열장엔

플라타너스 이파리가 몇몇 들어앉아 있었고

사진사는 떠난 지 오랜 듯

덥수룩하게 웃는 얼굴만 벽에 걸려 있었다

계단을 오르니 쏟아질 것 같은 하늘

광장엔 떠나기 싫은 낙엽들

무기고처럼 단단한 극장 문을 밀었을 때

아카시아 껌 향기가

오랜 군가에 절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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