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으로 그리는 그림 > 시인의 향기

펜으로 그리는 그림 / 성백군

 

 

백지 위에

어떤 무명 화가가

펜으로 그림을 그리는데

그게 그 사람의 인생길이다

 

잘하든 못하든, 선(線)이든 점(點)이든

지우개가 없으니 지울 수도 없고

시작하면 무조건 완성해야 한다

 

생각이 없다고  아니 그려도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비워둘 수 없는 일, 비워두면

거기가 끝이 된다

 

막막하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삶의 길이라

서툴다. 불편하다.

사람은 다 그렇게 산다

 

선(線)이 집이 되고 빌딩을 세운다

점(點)에 꽃이 피더니, 숲을 이룬다

아무 데서나 최선을 다하다 보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

유명 화가가 되어 있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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