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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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놀이 / 정건우
나와 촛불 사이로 낯익은 것들이 지나간다
내가, 내 생의 들창에 드리우고 싶었던 이름들이
안부를 묻는 입모양으로, 말끔한 눈망울로
다시 온다는 표정으로 지나가는데,
말하기 전에 웃는 소녀와 관자놀이를 쏘고 죽은 친구와
호수로 흘러가는 강물과 젊은 아버지의 장딴지
여하한 내 인연에 관계하고 싶었던 것들이 오목렌즈처럼
또렷하게 내 앞을 지나간다
나와 벽면 사이로 그들이 돌아온다
뇌수와 척수, 피처럼 살 속에서 펄떡이던 것들이
한데 섞이면 저런 빛깔이 되나
몸을 흡수한 마음의 테두리는 저렇게 구토하듯이
통곡하듯이 마냥 일렁이나
다가가면 마음이 장막처럼 솟아 나를 덮어 흔들고
멀어지면 명료한 테두리로 오롯이 비치는
가장 오래전의 나.
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어린 시절엔 친구와 하던 그림자 놀이
요즘엔 손자와 할 때 있듯
세월 앞에 변하지 않는 게 없지 싶습니다
곱게 물들어가는 가을빛처럼
행복 가득한 11월 보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