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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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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정건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23회 작성일 23-11-03 10:27

본문

아버지의 집 / 정건우

누가 다녀간 것 같다

마감 날 오후 늦게 아버지 사망신고를 하고

뜻 없이 둘러보는 빈집 마당엔

여기저기 잡초가 귀신을 껴안고 성성하다

반쯤 열린 장독 뚜껑 옆에

분갈이하시던 화분은 그대로인데

화초는 언제 말라죽고, 안에 누가 있는 것처럼

화장실 문이 한 뼘으로 열려 있다

아버지를 둘러업고 실성하며 대문을 나설 때

굵고 나직한 신음이 집 안에서 울렸지

다시 오기는 틀렸어

그랬었구나

아버지를 보내고, 대문을 박차던 나도 보내고

집 떠날 준비를 마친 아버지의 집

구석구석에 박혀 있던 것들 죄다 데리고

마지막 볼일을 보고 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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