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꽃은 피었습니까 > 시인의 향기

무궁화 꽃은 피었습니까
                          - 다서 신형식

벽을 붙들고
두 눈 꼭 감고
반드시 찾고야 말겠다는 그 주문에
세상은 꼭꼭,
아주 꼭꼭 숨어버리고

골목마다
일만 년 전 신석기의 빗살무늬 토기보다
더 복잡한 구조로 탁본되고 있던
앙상한 덩굴손의 흔적들,
문제가 어려울 뿐이지
답은 절대로 어렵지 않다고
알고리즘을 풀어내겠다던 우정은
손에 손 잡고 추억으로 남아

벽에 귀를 대고
가슴 콩콩대며 엿듣던 세상 저편
그토록 나를 불렀던 노을을 향해
담쟁이 손으로 내비게이션을 켠다​

무궁화 꽃은 피었습니까

ㅡ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2023,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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