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빈집이었다면 찾아오지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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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빈집이었다면 찾아오지도 않았습니다 / 유리바다이종인
겹겹의 세월을 지내다 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오래된 세월의 표정에도 살아있고 느끼는 생명이 있다는 사실을
60 평생을 넘기며 겨우 한 마리 개犬의 눈빛을 들여다보고 알았습니다
그 동물의 눈빛을 통해
인생과 땅과 하늘을 알게 되었으니 너무 늦게 알게 된 시간이었까요
아무리 외로워도 아닌 척 아무리 괴로워도 속앓이로 살아왔습니다
화병이 쌓이자 나의 폭발음은 자꾸 詩가 되어 바람 속에 뿌려졌습니다
애초부터 빈집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빈집도 지어야 집이 됩니다
시인이든 누가 되었든 집을 짓는다는 것은 그리움 때문입니다
만약 당신이 혼자 사는 목적이라면 허공에다 집을 짓고 살아야 합니다
詩만 있고 그리움이 없다면 그 집은 마을이 될 수 없습니다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아대도 둥지의 겉과 속은 매끄럽습니다
새가 둥지를 짓다가 실수로 떨어뜨린 지푸라기는 주워오지 않습니다
멀리 날아가 다시 새것으로 가져옵니다
시마을의 둥지에도 그래야 많은 노랫소리가 들려올 것입니다
나는 처음부터 빈집이었다면 찾아오지도 않았습니다
누군가 예쁘게 살다 떠난 빈집에는 실루엣 같은 은은한 향기가 있습니다
인생이 욕심과 탐심으로 빼앗지 않는 따뜻한 집이 되기를 원합니다
집은 안전하고 평화롭게 짓는 것이 좋은 집입니다
詩와 인생의 울창한 나무에 많은 새가 날아와 깃들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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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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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어느 시인님의 시감상에 대한 답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