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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슈 두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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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산벚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09회 작성일 23-11-19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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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슈 두 장

 

이삼현

 

 

뽑힌 자리에 다시 돋아난 티슈는 뿌리가 없다

 

나 죽는다고 연락했다가 안 죽고 버티면

자식들 헛걸음시킨다고

비싼 여비와 시간만 허비한다고 우리 아버지

정작 위독하다는 기별을 받고 달려갔을 땐 반송장이었다

 

삶의 불꽃이 휩쓸고 지나간 폐허

 

앙상한 몰골 사이로 불씨만 남아

금세 꺼질 듯 가물거려도

지푸라기 하나 건네줄 수 없다

셋째 아들 내외가 내려왔다고 들먹이는 노구를 겨우

반만 일으켜 세우니 그르렁그르렁 가래가 차오른다

 

그래 뱉어. 물고 있지 말고 뱉으라고

쑥쑥 뽑아 콱 막힌 입에 대주는 어머니를 노려보며

가래 대신

무어라 웅얼웅얼 남은 성깔을 뱉어낸다

 

돈 한 푼 못 버는 것이 아까운 줄도 모르고

잘도 뽑아 쓴다고 나무라는 거라며 눈물짓는 어머니 손에

배추흰나비 날개 같은 티슈 두 장이 들려있었다

 

목숨 값보다 더 귀중한 티슈는

마지막 한 장까지

쑥쑥 뽑히는 신바람에 다시 돋아나 연명한다



이삼현 시집 <봄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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