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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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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28회 작성일 23-11-22 01:51

본문

산사의 저녁


 정민기



 하늘 저 끄트머리 어디쯤
 어둠의 발원지가 있어서인지
 스멀스멀 기어 나와
 파도처럼 철썩거리는 어둠의 물결
 별의 빛도 허둥지둥 나와
 반짝반짝 졸린 눈 비비고 있었다
 여승의 타종에 깜짝 놀란
 종소리가 사슴처럼 튀어나온다
 틀어 놓은 수화기에서
 계곡물처럼 졸졸 흘러 내려오는
 늙으신 어머니의 목소리
 목차 없는 본문만 주절주절 늘어놓아도
 변함없이 잊지 못할 그 이름, 어머니
 누가 부르지 않아도 손맛 하나는
 두 손에 모두 고스란히 스며들었지
 타종 소리처럼 때로는 엄하셨다
 불어온 바람이 회를 뜨는 것 같은
 능숙한 풍경 소리가 살살 녹아
 귓속으로 바람과 같이 빨려든다
 떠오른 달이 방아쇠를 당기자
 순식간에 달빛이 발사되고 있었다
 몸에 찌든 피곤이 자비스럽게도
 구름이 되어 물러가고 있었다





정민기 (시인, 아동문학가)

[프로필]
본관은 경주이며, 문헌공파
1987년 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평지마을 출생
2008년 <무진주문학>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2009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 부문)
경력 '사이버 문학광장' 시·동시 주 장원 다수 / 동시 1편 월 장원<책 기타>
수상 제8회 대한민국디지털문학대상 아동문학상,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입선
지은 책으로 시집 《또다시 기차처럼 가는 가을》 등, 동시집 《종이비행기》 등
동시선집 《책 기타》, 시선집 《꽃병 하나를 차가운 땅바닥에 그렸다》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수상시집 《여가 진도여》(공저)
전남 고흥군 봉래면 신금리 원두마을 거주

e-mail : jmg_seelov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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