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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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편지
ㅡ 이 원 문 ㅡ
동무야
또 그 겨울이 왔나봐
아니 그런 겨울이 왔나봐
눈 하얀히 길기도 길었던 겨울
춥기는 왜 그리 추웠는지
무엇이든 부족 했던 너와 나
그러는 배는 안 고팠을까
못 떠났던 양지녘이 제일 좋았고
바람이 그리 불어도
너와 나의 그 양지녘은 따뜻했었지
그런 날 누더기에 까만 고무신
그랬으면 어떠니
지금은 아니잖어 배도 부르고
아이들 놀 때 나무하고
아이들 점심 먹을 때
너와 나는 따뜻한 볕 쬐며 졸았었지
죽 한 그릇에 깊은 밤 부엉이 울음도 들었고
찢어진 창호지 문에 공책 찢어 바르기도 했고
춥기는 왜 그리 추웠더냐
윗목의 걸레가 얼었으니 말이다
부스럼에 머릿 이
옷 벗으면 허연 석회에 잡히는 이
화롯가에서 그렇게 뚝뚝 잡았잖니
눈 펄펄 날려 뭐 먹을 것 없나 찾던 날
광 안의 쌀 항아리는 안 들여다 보았을까
춥기도 추웠고 마음 시려웠던 날
이웃 저녁연기의 그 교훈 잊지 않았겠지
놀이 대신 나뭇짐 웃음 대신 눈물이 앞섰던 날
석유 아낀 등잔불 밑 공책에 무엇을 썼을까
끊기는 이웃 저녁연기도 그 잠깐
저녁으로 김치 죽 한 그릇의 밤이 그리 길었단 말이냐
얼마나 추웠었니 얼마나 긴 보릿고개의 겨울이었고
동무야
너는 너 갈 길 나는 나 갈 길 찾은 오늘
몇 십년 전의 그날이 한 몫에 스치는구나
동무야 나 여기에 와 있어 너는 어디에 있는지
살아 있다면 연락이라도 한 번쯤
주눅의 것은 다 거짓이란다 다 거짓이여
그렇게 흘러간 세월이 이렇게 꿈이 될 줄이야
너와 내가 바라보던 달 달 안에 있는 너의 모습
아무리 찿아 보아도 이제 안 보여
구름이 가려 그런가 아니면 세월이 가렸나
동무야 이제 남은 시간 옷 따뜻하게 새 옷으로 갈아 입고
밥도 많이 먹자
그때 한 번 그 고봉밥 처럼
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어느새 만추의 절정도 지나가며
겨울맞이 준비에 발걸음이 바빠지는
11월 말도 지나가고 있습니다
동무와 함께 어깨동무하며 뛰놀던 시절처럼
남은 11월도 고운 날 보내시길 빕니다~^^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엇그제 가을이 온다고
생각하면서 좋아 했는데 벌써 겨울이
온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음추려듭니다.
새 옷 갈아 입고 밥도많이 먹자고 하는 말에
뜨거운 정이 흐름을 느끼면서
귀한 시향에 머물다 갑니다.
남은 가을 행복하게 즐기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