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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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원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32회 작성일 23-11-22 17:24본문
겨울 편지
ㅡ 이 원 문 ㅡ
동무야
또 그 겨울이 왔나봐
아니 그런 겨울이 왔나봐
눈 하얀히 길기도 길었던 겨울
춥기는 왜 그리 추웠는지
무엇이든 부족 했던 너와 나
그러는 배는 안 고팠을까
못 떠났던 양지녘이 제일 좋았고
바람이 그리 불어도
너와 나의 그 양지녘은 따뜻했었지
그런 날 누더기에 까만 고무신
그랬으면 어떠니
지금은 아니잖어 배도 부르고
아이들 놀 때 나무하고
아이들 점심 먹을 때
너와 나는 따뜻한 볕 쬐며 졸았었지
죽 한 그릇에 깊은 밤 부엉이 울음도 들었고
찢어진 창호지 문에 공책 찢어 바르기도 했고
춥기는 왜 그리 추웠더냐
윗목의 걸레가 얼었으니 말이다
부스럼에 머릿 이
옷 벗으면 허연 석회에 잡히는 이
화롯가에서 그렇게 뚝뚝 잡았잖니
눈 펄펄 날려 뭐 먹을 것 없나 찾던 날
광 안의 쌀 항아리는 안 들여다 보았을까
춥기도 추웠고 마음 시려웠던 날
이웃 저녁연기의 그 교훈 잊지 않았겠지
놀이 대신 나뭇짐 웃음 대신 눈물이 앞섰던 날
석유 아낀 등잔불 밑 공책에 무엇을 썼을까
끊기는 이웃 저녁연기도 그 잠깐
저녁으로 김치 죽 한 그릇의 밤이 그리 길었단 말이냐
얼마나 추웠었니 얼마나 긴 보릿고개의 겨울이었고
동무야
너는 너 갈 길 나는 나 갈 길 찾은 오늘
몇 십년 전의 그날이 한 몫에 스치는구나
동무야 나 여기에 와 있어 너는 어디에 있는지
살아 있다면 연락이라도 한 번쯤
주눅의 것은 다 거짓이란다 다 거짓이여
그렇게 흘러간 세월이 이렇게 꿈이 될 줄이야
너와 내가 바라보던 달 달 안에 있는 너의 모습
아무리 찿아 보아도 이제 안 보여
구름이 가려 그런가 아니면 세월이 가렸나
동무야 이제 남은 시간 옷 따뜻하게 새 옷으로 갈아 입고
밥도 많이 먹자
그때 한 번 그 고봉밥 처럼
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안국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느새 만추의 절정도 지나가며
겨울맞이 준비에 발걸음이 바빠지는
11월 말도 지나가고 있습니다
동무와 함께 어깨동무하며 뛰놀던 시절처럼
남은 11월도 고운 날 보내시길 빕니다~^^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정심 김덕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엇그제 가을이 온다고
생각하면서 좋아 했는데 벌써 겨울이
온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음추려듭니다.
새 옷 갈아 입고 밥도많이 먹자고 하는 말에
뜨거운 정이 흐름을 느끼면서
귀한 시향에 머물다 갑니다.
남은 가을 행복하게 즐기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