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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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 이웃
이삼현
화장실에 들어가 큰일 보려는데
치카치카
아래층에서 울려오는 이 닦는 소리
선잠 든 귓가에서 맴도는 모깃소리처럼
희미하지만 또렷이 들려오는 소리에
아, 밑에서도 사람이 살지
위층엔 하늘이 있고 아래층엔 바다가 있어
외롭지 않은 수평선처럼
외출하고 없는 아내를 기다리다 홀로 먹은 저녁이
쓸쓸하지만 않은 것은
층간 소음으로 전해오는 이웃이 있기 때문이다
나란히 같은 시간에 밥 먹고
아래층에서 이 닦는 동안 위층의 나는 큰일을 보는
사이좋은 이웃 생각에
조심스럽게 쪼그려 앉아 숨죽이는 것이다
볼일이 끝났어도 카아,
물고 있던 거품을 뱉어내는 기척에
잠시,
내리려던 물소리를 붙잡고 기다려 주는 것이다
(시인뉴스 포엠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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