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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배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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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경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1회 작성일 23-12-03 14:07

본문

거룩한 배통

                                                        김경래


간밤 불룩한 헛배로

잠 반 부대낌 반 했다

배에게 지나친 안부를 물은 까닭이다


대답이 늦는, 결핍에 관한 질문에

본능은 좀체로 사정을 꼭꼭 숨긴다

배꼽 주위에 정교하게 열리는

끝날 것 같지 않은 제례예식,

명분은 늘 식욕에 감추었다


먹는 일만큼 눈부신 순종이 또 있을까

하루에도 세 번, 

위장을 통과하는 육체의 예배

일 년을 통 틀은 

천 번의 제삿밥이다

자고 나면 숟가락을 배회하는 신전 앞 행렬

크고 작은 신고식으로 로멘스다

먹성으로 해결될 수 없는 

즐거운 저자세

배에는 난파된 적 없는 천국이 새겨져 있다


배꼽 주위로 설치 허가된 시계 초침이

수족을 떨게 하는 복종으로 찰칵거린다 

수족이 마무리하지 못하던 건

음식의 입벌림이었다 

흔들고 깨우고 내던지는 

권좌가 익숙한 마무리는 

몸통의 지존으로도 어쩔 수 없었으니까


배꼽이 역시 상전이다 

참으로 거룩한 배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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