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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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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정건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59회 작성일 23-12-04 09:42

본문

폭설 / 정건우

고구마를 깎는데 친구가 왔다

지나던 길에 눈이 많다고

바짓가랑이 후려 털며 구시렁댄다

뭐하며 노느냐고 묻기에

눈 속으로 파고드는 장독 뚜껑이 희한타 했네

언제까지 저럴지 두고 볼 참이라고

실없다며 친구는 아랫목에 사마귀처럼 누워서

날고구마를 입술로 재주껏 굴려

신소리하면서 잘도 먹는다

뒷산 나뭇가지가 멀리서 가까이서 구부러지는 듯

우지끈 소리 봉당 턱에서 우수수하고

앞마당도 이내 설원이 되고

건넛마을은 숫제 어디론가로 사라진 것 같다

눈은 죽자고 덤비듯이 내리쏟고

저 아래서 누굴 부르는 소리가 가물가물하다

야야 아무래도 저녁 해먹고

자고 가야겠다고 말하자마자 친구는

벌써 잠이 들었다

오랜만에 양구楊口에 살고 있는 그에게서

밤늦게 전화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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