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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판을 걷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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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다서신형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417회 작성일 23-12-12 06:06

본문

장판을 걷다가 
          -  다서 신형식

이사 나간 집에서 장판을 걷다가
금간 바닥을 본다

삐그덕 거리는 목문을 열면
문을 붙들고 서 있는 벽을 향하여
손금처럼 번져 가는 삶의 금 긋기.
육신을 눕혔던 잿빛 콘크리트 위로
여섯 자도 안 되는 바람 같은 이력이
곰팡이 꽃으로 피고
가난이여, 너도 살아있노라
외로움의 시를 쓰고 있었구나.

온, 오프에 익숙한  세상, 그 위로
술 한잔에 그네를 탔을 것 같은
더부살이 백열등이 히쭉 웃으면
스물스물 기어나오는 기억의 무리들.
더 이상 갈 곳이 없으면
거기서 다시 시작하는 거라고
굳은살로 긁적대던 가난의 냄새들.

손 없는 날 이사 나간 집에서
장판을 걷다가
금이 간 사람들의 길을 본다.
지금도 갈라지고 있는
내 손바닥 위의 길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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