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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영산 능가사 겨울 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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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07회 작성일 23-12-17 00:24

본문

팔영산 능가사 겨울 연가


 정민기



 지난봄 팔영산 서북쪽 자락 능가사에
 벚꽃이 눈처럼 내리고
 올겨울 한 여자가 녹는 듯 그 길을 걸어
 내 눈앞에서 사라져 갔다
 그리움만 남아 한동안 향기 가시지 않아
 능가사 법당에 부처님처럼 가부좌를
 틀고 앉아 끝까지 버티고 있었다
 그녀의 꽃내음이 정류장인 듯
 잠시 정차했다가 붙잡기도 전에 출발하고
 그렇게 그녀의 향기를 놓치고 말았다
 그녀를 위한
 작은 공방을 마음속에 차려놓고
 기다림 끝에 서녘 하늘에는 노을이 지고
 이윽고 보란 듯이 달이 기울고 있다
 가까운 바다는 제 마음을 열어젖혀
 개펄이 다 드러나 있었다
 그녀를 닮은 연꽃으로 따끈따끈한
 차 한 주전자를 끓여 마시는 동안에도
 그림자도 어슬렁거리지 않았다
 바람의 마른기침 소리만이
 비구의 호통처럼 간간이 들려오고 있다





정민기 (시인, 아동문학가)

[프로필]
본관은 경주이며, 문헌공파
1987년 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평지마을 출생
2008년 <무진주문학>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2009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 부문)
경력 '사이버 문학광장' 시·동시 주 장원 다수 / 동시 1편 월 장원<책 기타>
수상 제8회 대한민국디지털문학대상 아동문학상,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입선
지은 책으로 시집 《늦가을 길 사랑》 등, 동시집 《종이비행기》 등
동시선집 《책 기타》, 시선집 《꽃병 하나를 차가운 땅바닥에 그렸다》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수상시집 《여가 진도여》(공저)
전남 고흥군 봉래면 신금리 원두마을 거주

e-mail : jmg_seelov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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