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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오는 그 날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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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박종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1회 작성일 23-12-20 12:53

본문

첫눈 오는 그 날의 오늘

박종영

고무신 발자국이 묻힐 만큼
가늘게 나부끼며 올 겨울 처음으로 내리는 눈,
좁은 골목에 들어서니 앞서간
아들놈의 발자국 신발 치수가
작년보다 더 자랐네.

시린 손 호호 불며 저녁밥 지으려

찬물에 보리쌀 씻는

가여운 아내의 연둣빛 얼굴에
흩날리는 포실한 눈발
어쩜 저리 하얀 것들이 고실고실한 쌀밥이었으면,

순례자이듯, 답청(踏靑)하듯 가만가만
눈꽃 그 미량의 무거움을 발걸음은 알기나 할까
눈이 내리니 눈앞이 흐려지고,

모진 세월이 훔쳐 간 가난한 반쪽의 가슴에는
하얀 눈이 사각사각 녹아내려
메마른 눈가를 적시며 함께 울어주는데,

유독 빠르게 깊어 가는 겨울밤,
썰렁한 아랫목에 묻어둔 한 그릇 보리밥을
따스하게 지키며 기다리는 첫눈 같은 하얀 아내의 마음,

소소한 그 시절이 눈물처럼 그리워지는 그 날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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