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을 선물해 준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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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을 선물해 준 이에게 / 유리바다이종인
여름 겨울에 맞게 속옷을 선물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는 생각하지도 못한 선물입니다
누렇게 변색된 속옷은 힘들게 세탁하지 마시고 버리세요
헌 것은 헌 곳으로 보내고 새것은 새 사람이 입어야 해요
부인에게는 말하지 말아 주세요
제 마누라도 나에게 그리하니 심려 마십시오
다만 멀리 산허리에 구름을 두른 듯 고마운 말을 전합니다
나는 오래된 속옷도 편하지만 함부로 벗지 않습니다
속옷에 대한 뜻을 저는 잘 몰라요
그래도 속마음과 겉이 같으시니 선물하는 거예요
소문 없이 진실하고 평화로운 세월이었으면 좋겠어요
세상은 여전히 시끄러워서 조심스럽습니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간 창밖에 하늘이 맑다
옷에 묻은 때는 세탁하면 되지만
마음의 때는 무엇으로 희게 할 수 있겠는가
새것을 그리도 좋아하시는 거룩하신 말씀밖엔 없구나
댓글목록
이원문님의 댓글

네 시인님
사람은 겉과 속이 같아야 하고
앞과 뒤도 같아야 하겠지요
잘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