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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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원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224회 작성일 24-01-06 17:39본문
고향의 잔치
ㅡ 이 원 문 ㅡ
하얀 눈밭으로 그렇게 가버린 날
무엇이든 다 부족했던 날의 아련한 그 먼 날이 아닌가
이웃 집 잔치에 온 동네 사람들 즐거웠고
우스게 소리 잘 하는 어른의 타령 한 곡에 배꼽 잡던 날
우리들도 웃으며 많이 얻어 먹어 즐거웠었지
할머니 어머니들 고생 많으셨던 그 날들
음식 장만 하느라 추우셨던 할머니 어머니들
다 이웃의 나눔과 서로 돕는 품앗이가 아닌가
마당 일의 남자들 챌 치고 멍석 펴고
집집이 장작 거둬 모닥불 피우는 마당
술 상 옮기는 오빠들 음식 나르는 엄마 언니들
오는 손님 섭섭치 않게 해라 하는 할머니의 무거운 말씀도 한몫
없는 음식이 어디에 있고 모자랄 것이 어디에 있나
술 상 받은 어르신들 흐뭇해 하며 우리가 된 모습들
어려워도 부족해도 잔치 날 만큼은 네 것 내 것 없던 날
단 하루의 그날 보릿고개도 무너졌다
댓글목록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유리바다이종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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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동네 잔치가 벌어지면 아버지는 외동 아들인 나를 꼭 데려갔습니다
감자 보리밥 수제비 국수로 이어가던 시절이었습니다
잔칫집에 가면 멍석을 깔고 왁자하게 못본 음식들이 상에 가득했습니다
주로 국수였지만 돼지를 잡아 접시에 담은 고기 맛을 볼 수 있었습니다
파전찌짐도 두부도 굽고 찹쌀떡도 있었고 멋들어진 사물놀이도 빙빙 현기증나게 신났습니다
나는 그것이 잔칫날이라 각인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상갓집에는 어린 나를 데리고 가지 않았습니다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유리바다이종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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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맛난 음식 먹고 싶어요 / 유리바다이종인
어린 나를 잔칫집 다 델꼬 다니면서
상갓집에는 왜 나를 떨어뜨려 놓고 가셨나요
흰쌀밥에 자꾸 고기가 먹고 싶었어요
형 죽고 동생 죽고 자꾸 죽으니까
하나 남은 아들이라도 오래 살아라 뜻입니까
내가 이제 늙고 보니 이해가 됩니다
지금 세상은 음식이 넘치고 있습니다
다 못 먹어요
산해진미 가득한 세상 대접하고 싶은데
왜 일찍 눈 감으셨는지
막걸리를 밤새 드시고도
이른 아침 거뜬 일어나 장작을 패고
소죽을 끓이시던 아버지
나는 지금 시대에 그리 못합니다 다만,
이놈아! 인간답게 살아라 안 그라마
내 자식이라도 당장 패쥑일뿔끼다!
반백의 내 머리카락 속에서 꿈틀거립니다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유리바다이종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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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문시인님의 [고향의 잔치]에 감동하여 답시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