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모드로 울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매너모드로 울다
이삼현
잠은 안 오고
돌아누운 채 무릎을 구부리면
몸은 접힌 폴더가 된다
색깔과 기종은
검은색 구형 폴더폰
꿈같은 날을 접고
풀밭 가득 돋아난 향기로운 생각을 접고
하루에도 몇 번씩 날아오르고픈 날개를 접고
새벽 알람 소리에 깨어 배터리가 방전되도록
묵묵히 남은 길을 갈 뿐
진종일 통화 한 번 없이
입 꼭 다문 채 침묵할 때도 있다
화창한 봄
산길에서 반겨 찍었던 야생화며
꽃잎처럼 날아와 앉은 나비의 추억과 함께
소식이 끊긴 전화번호를 뒤적이며
접고 또 접은 기록들은 구김이 되고
나 아닌 나로 접혀 잠 못 드는 밤
벨 소리로 전환되지 못한 몸이 떨려온다
아비의 울음은 진동이다
추천0
댓글목록
다서신형식님의 댓글

깊은 시심에 공감하여
폴더폰처럼 기억과 현실을 접었다 펴봅니다
감사합니다
산벚님의 댓글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