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모드로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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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산벚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82회 작성일 24-01-30 09:13본문
매너모드로 울다
이삼현
잠은 안 오고
돌아누운 채 무릎을 구부리면
몸은 접힌 폴더가 된다
색깔과 기종은
검은색 구형 폴더폰
꿈같은 날을 접고
풀밭 가득 돋아난 향기로운 생각을 접고
하루에도 몇 번씩 날아오르고픈 날개를 접고
새벽 알람 소리에 깨어 배터리가 방전되도록
묵묵히 남은 길을 갈 뿐
진종일 통화 한 번 없이
입 꼭 다문 채 침묵할 때도 있다
화창한 봄
산길에서 반겨 찍었던 야생화며
꽃잎처럼 날아와 앉은 나비의 추억과 함께
소식이 끊긴 전화번호를 뒤적이며
접고 또 접은 기록들은 구김이 되고
나 아닌 나로 접혀 잠 못 드는 밤
벨 소리로 전환되지 못한 몸이 떨려온다
아비의 울음은 진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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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다서신형식님의 댓글
다서신형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깊은 시심에 공감하여
폴더폰처럼 기억과 현실을 접었다 펴봅니다
감사합니다
산벚님의 댓글
산벚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